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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중단편

케이크 버스 上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인간은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나

 

그러니까 내가 포크로 발현한 것은 내 나이 26살의 일이다.

 

 

 

 

 

 

케이크 버스

W. 몬트

 

 

 

 

 

 

 

나는 이석민으나 사람들은 포크인 내게 어떤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 수식어들은 대부분 세 글자이었으며 다섯 글자일 때도 있었다. 살인마, 혹은 예비 범죄자. 나는 그 말들을 곱씹는다. 그 단어들을 천천히 이로 찢고 목으로 넘긴다. 꾸역꾸역 힘들게 넘어가는 말들. 나를 쳐다보는 눈알을 꺼내 짓누르고 싶었다. 눈알을 모두 뽑고 빈 구멍에다가 내 좆을 박아넣고 싶었다. 거세지는 추삽질.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죽어버려. 모두. 손으로 목을 조른다. 응? 말을 해봐. ____, 말을 해보라고. 나는 죽어야 마땅한 거지? 너는 죽어야 마땅한 거지? 아니, 그게 아니야.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시이발, 나는 빌어먹을 포크가 아니라고. 나는, 분명, 평범한, 인간이었다. 평일에는 회사를 나가고, 주말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안타까운 죽음에 분개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애먼 낮에 함부로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고 마는 불청객. 나는 그대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그대는 깊숙이 내려앉아서야 그 가면을 벗고 말았다. 아, 그대여. 무너지지 말고 대답해주십시오. 마룻바닥에 녹아내리지 말고 대답해주십시오. 그대는 영영 내 삶으로 내려온 것입니까. 나는 영영 그대를 떨쳐낼 수가 없는 것입니까? 그대가 내 뒤에서 속삭이는군요. 끈적이는 타르같이 내 속을 짓누르고 끓게 만드는 그대. 끊어낼 수 없는 그대. 왜 그대는 저를 어둠으로 내모는 것입니까. 끊임없는 죄책감에 내 머리카락을 쥐어 싼다. 나는 끝내 파정한다. 

 

 

 

 

 

해일이 휘몰아친다. 도망칠 틈도 없이 나를 파고든다.

 

 

 

 

 

나는 똑같은 삶을 돌고 있었다. 신이 나를 '8'자 안에 가두어놓은 것처럼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새 프로젝트를 받고, 끝내고, 술을 마시고, 새 프로젝트를 받는 평범한 일상. 그날도 똑같은 날이었다. 아니다. 그날은 뭔가가 달랐다. 핸드폰이 꺼져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라던가,  TV가 고장 난 점이라던가. 1시 24분. 느지막하게 일어나 그릇을 꺼낸다. 1시 25분. 우유를 꺼내 콘프로스트를 그릇에 쏟아붓는다. 수북이 쌓인 콘프로스트. 1시 26분. 그 위에 흰 우유를 따른다. 1시 30분. 콘프로스트가 죽이 될 때까지 가만히 쳐다보다 이내 숟가락을 든다. 1시 30분. 한 숟갈을 먹자 바로 뱉어내었다. 테이블 위로 흰 웅덩이가 생긴다. 1시 31분. 물로 입을 헹구었다. 1시 34분 다시 콘프로스를 먹어보지만 작은 돌멩이를 씹는 것 같았다. 1시 41분. 죽이 된 콘프로스트 때문이라고 여기며 봉지째 털어넣었다. 1시 43분. 먹었던 것을 토해냈다. 1시 47분. 다시 먹는다. 1시 47분, 먹었던 것을 토해내다. 먹는다. 토하다. 먹는다. 토하다. 먹는다. 토하다. 먹는다. 토한다. 토한, 다. 2시 2분 냉장고에서 에너지바를 꺼냈다. 2시 3분. 분명 그저께 산 에너지바였지만 그것은 끈적이는 돼지의 내장 같았다. 나는 먹었던 것을 토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무슨 일이지. 2시 10분. 냉장고를 열었다. 손에 잡히는 것 모두 입에 넣었다. 다른 것을 먹어보았다. 밥이던, 라면이던, 피자던, 초밥이던, 양식, 중식, 가리지 않고 먹었지만 무엇을 먹든 모든 음식이 모래알 같고, 돼지의 내장 같으며, 끈적이는 딱풀 같았다.  토하고,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먹고,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좀 잘못되었다고 머리로는 깨달았으나 나는, 어째서, 제발. 

 

 

 

 

2시 34분. 나는 오래도록 내 속을 게워냈다.

 

 

 

 

 

나는 장님처럼 내 삶을 더듬거렸다. 나에게는 어제 아무렇게 한 행동들이 칼이 되어 날아왔다. 캄캄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제 뭐 했지. 손이 떨린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몇 년 만에 피우는 담배. 그것마저 좆같아 콜록인다. 시발. 담뱃갑을 집어던진다. 벽에 맞아 뭉게진 담뱃갑. 머리를 쓸어올린다. 어제, 어제-. 불안해서인지 다리가 떨린다. 이게 뭐야. 좆나 이게 뭐냐고. 그러니까. 다시 어제를 떠올린다. 시이발. 머리를 쥐어뜯는다. 진정하자. 아무 일도 아니야. 금방 돌아올 거라고. 아, 기억났다. 어제 줄곧 부여잡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끝나 팀원들끼리 회식을 했다. 8시 17분, 술집에 들어갔다. 8시 45분, 간단한 안주를 먹었다. 9시 22분 맥주 1병을 마셨다. 그 이후에 기억 없음. 술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면서 술을 마셔서 그런가. 이상한 점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술을 마신다고 미각이 고장 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얘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포크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미맹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 그러니까 포크에 관한 이야기들은 흔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뉴스를 틀면 나오는 내용의 절반은 포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언젠가 포크인 사내가 나와 말했다. 

 

 

 

 

 

 

'그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고. 포크가 되는 새끼는 모두 뇌 한구석이 망가지거나 밤마다 달을 보며 짖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전혀!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누구는 포크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알아? 범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시발 아니다. 그 새끼 잘못이지. 그 새끼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아야 했어. 시발. 모든 냄새가 좆같은데, 그 년만이 단 내를 풍기는 것도 웃겨서 그랬어. 그래도 맛있더라. 먹는 내내 죄책감에 찔리긴 했는데 맛을 잃은 지 수년이 돼서 얼마 안 되니까 그것도 다 무뎌지고. 아, 맛있었는데. 미치도록 달더라. 어떻게 그 맛을 잊을 수가 있겠어? 아직까지 머리에 처박혀 둥둥 떠다니는데'

 

 

 

 

 

 

수많은 질타를 받은 그, 삐뚤게 올라간 입가. 짤그락 거리는 수갑. 그는 화면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다. '좆까' 당황한 리포터가 허둥지둥댄다. 경찰관은 그의 다리를 걷어차 그를 바닥으로 앉히고는 그를 밟기 시작했다. 그는 저항 없이 맞고있다. 화면이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이리저리. 볼품없이. 내가 알고 있는 포크는 절대 좋은 사람이 없었다. 아마 포크 중에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종종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는 했다. 연쇄살인마, 포크.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였으며 동족을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멸시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포크는 케이크를 살해하는 살인마가 되었고, 대부분의 포크는 연쇄살인마가 되었다. 나는 포크가 아니다. 포크가 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살인과 식인과 색욕에 미친 이들. 사람들은 미맹이기만 해도 포크냐고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미맹이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내가 미맹인 것을 티 낸다면 분명 나는 매장당할 것이다. 그건 안돼. 어떻게 얻은 평범함인데, 어떻게 얻은 위치인데. 4시 41분. 난장판이 된 주방 속에서 던져두었던 콘프로스트 봉지를 집어 든다. 봉지 주위로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다. 4시 41분. 헛구역질이 나지만 씹는다. 입을 틀어막는다. 허벅지를 부여잡고는 씹는다. 나는 맛을 연기한다. 스펀지를 씹고, 알코올을 마신다. 맛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석민씨, 요즘 회식에 참가 안 하더라고요. 음식만 봐도 헛구역질하고"

"그러게요"

혹시 포크예요?"

"세상에 포크가 어디 있어요"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사람들의 눈초리가 뜨거워진다. 문득 불안해진다. 기껏 테이블 구석에 앉았건만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다. 내 입안으로 모래알이, 소파가, 들어찬다. 아니에요. 나는 가면을 쓴다. 사람들의 시선에 괜히 음식을 쑤셔 넣었다. 입안이 터지려고 해도 쑤셔 넣는다. 이렇게 먹는데 어떻게 포크예요? 네? 대답해보세요? 가득 찬 입 아래로 음식이 뚝 뚝 떨어진다. 나는 그럴수록 입안에 더 집어넣는다. 나는 나를 먹고 있다. 죽고 싶다. 이대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씹는다. 무참히

 

 

 

 

 

"이거 한 번 드셔 보세요"

 

 

 

 

 

한 여자가 내게 돼지고기를 건넨다. 코끝에서 풍겨오는 역한 냄새. 나는 끝내 모든 것을 쏟아낸다. 테이블 위로 흩어지는 상추, 돼지고기, 샐러드, 과일들. 사람들의 시선도 내게로 쏟아진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급하게 일어선다.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다 이내 시선을 돌린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듯이.

 

 

 

 

 

 

나는 도망쳤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시선에서, 도망쳤다. 

 

 

 

 

 

 

누군가 좇아오고 있는 것 같다.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댄다. 혓바닥을 긁어 속을 비웠다. 그 위에 가래를 뱉고는 발로 짓밟았다. 좆됐다. 분명 그들은 나를 감옥에 처박을 것이다, 미맹만 돼도 포크가 아니냐고 하는 판국인데 토가지 하다니. 그래도 나는 미맹인데, 나는 포크가, 아닌데.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몇 개월 동안 맡지 못했던 냄새였다. 무엇에 홀린 듯 냄새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갔다. 막 구운 케이크 냄새. 누가 케이크라도 가져가나 싶었다. 그동안 먹었던 음식들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끼치는 단내는 뭐지. 케이크는 먹을 수 있는 건가. 안으로 들어간다. 부푼 기대는 비눗방울처럼 펑,하고 터져버린다. 골목길 끝에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에게 들었던 것 같다. 빌어먹을 포크가 있다면 케이크도 있다고. 그러나 달콤한 냄새가 나는 그런 말들은 다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너는,

누구보다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너는ㅡ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기쁨, 원망, 슬픔.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빌어먹을 미맹이 아니라 포크라는 사실이다. 나는 웃으면서 울었다.

 

 

 

 

 

 

 

"내가 미친 거 아는데, 그러니까 미친 사람이라고 치고. 정신병자 한 사람 살린다고 생각하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한 번만 씹어보면 안 됩니까"

 

 

 

 

 

 

 

남자가 허락 했는지 거절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입안을 가득 채운 단맛에 눈을 감았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 미치도록 달았다. 달다. 달아서 녹아내릴 것 같다. 더 먹고 싶어. 씹고 싶어, 목구멍으로 넘기고 싶어. 온전히 그를 삼키고 싶어. 조심스럽게 깨물자 피가 흘러나온다. 피마저 달았다. 남자는 얼굴을 찌푸린다. 두려움에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 이제 내가 포크던 그냥 단순한 미맹이던 그건 아무 상관 없다. 포크를 만난 적 없는 케이크. 무방비한 그. 순결한 그. 나는 문득 정복욕에 웃음 지었다. 나는 미각이 아니라 뇌가 고장 나버렸는지 모른다. 아. 추악하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도망치는 남자에게 손을 뻗는다.

 

 

 


 

 

 

 

 

 

 

 

 

 

 

타장르 리네이밍..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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