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한 번만 해줘요 中
W.몬트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시선을 돌릴만한데 너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갈색 눈동자는 올 곳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거미줄같이 얽힌다. 어떤 것보다 쉽게 걸려들지만 어떤 것보다 쉽게 끊기곤 한다. 나는 이 거미줄을 끊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간신히 너에게 닿은 줄인데. 한대 섞인 눈빛들은 뭉치고 뭉쳐 종래에 뜨겁게 변질되고는 했다. 그래서 가만히 쳐다보며 차가웠던 네 마음이 뜨겁게 변하기를 바랐다. 시리도록 차갑고 차가워져서 뜨거워지든 불같이 뜨겁게 변해서 뜨거워지든 상관없었다. 그저 네가 좀 더 너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채색인 너를 화려하게 칠해주고 싶었다. 너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부디, 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이런 나를 바라봐 주기를. 얼마 되지 않은 날들을 돌이켜보면 너는 언제나 무표정이었다. 항상ㅡ하루종일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너를 바라보았다ㅡ 너를 지켜보았지만 네가 웃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유일하게 네가 화냈던 적은 네가 태권도를 그만둔 날이었다. 너는 빈 체육관에 홀로 서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 서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를 내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공기에 흩어진다. 내가 만약 너의 목소리를 볼 수 있다면 너의 목소리는 검은색일 것만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너의 화는 검은색이었다. 검기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너의 절망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너 자신조차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너는 화를 처음 내보는 것처럼 서툴렀고 미성숙했다. 그 대상은 두리뭉실했고 지금까지 쌓여놓았던 감정을 다 쏟아내려는 듯 무거웠다. 흘러내리는 감정은 검다. 검은 눈물 같은 그림자. 검은 눈물은 뚝 뚝 끊겨 바닥에 고인다. 지고 있는 태양 탓에 너의 얼굴이 그림자가 진다. 검은 눈물로 가득한 너. 너를 그림자가 집어삼키면 어쩌나. 네가 가고 난 후 나는 한참을 네가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허청거리는 걸음으로 땅거미가 지고있는 길을 걸었다. 집에 와서 네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게 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일 수도 있고 경기를 한 상대방일 수도 있고 그 무엇도 아닐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날 욕하던 이가 너 자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는 누구를 탓하기에는 너무 여렸으니까. 그래서 침대에 누워 네가 나의 탓을 하기를 바랐다. 숨어서 지켜보기만 한 나를, 끝내 너를 위로하지 못한 나를 욕하기를 바랐다.
내가 너를 기뻐하게 할 수 없다면 화를 내게 하는 것은 어떻나. 마지막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되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나는 그 정도로 절박했다. 이대로 우리 사이는 아무 사이도 아닌 게 될까 봐. 너의 인생에서 나는 그저 수많은 후배 중 한 명으로만 남겨질까 봐.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나는 내가 너의 팔을 붙잡았을 때, 그리고 키스해달라고 말하였을 때 네가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다. 그날처럼 욕하고 소리 지르고 잘하면 죽을 때까지 맞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기뻤고 슬펐다. 드디어 네가 나를 욕하는구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맞는 건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하였지만 너라면 맞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나는 금세 입꼬리를 끌어 눕혔다. 문득 전에 때린 남자애가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온갖 저속한 말들로 너를 더럽히는 이들과 다를 바가 뭐가 있나. 너는 이런 취급을 받으면 안 된다. 그러나 너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오히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돌아오는 건 주먹질이 아닌 키스였다. 너는 나의 뒷목을 끌어당기고는 키스를 했다. 화는커녕 짜증조차 내지 않았다. 순순히 입을 열고 치열을 훑는 너의 모습이 꼭 몸을 파는 창녀 같다고 얘기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서글퍼졌다. 정말 나는 어디까지 추악해져야 하나. 그래. 사실은 그랬다. 네가 화를 냈으면 싶기도 했지만 나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했다. 나는 이율배반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이중적인 사람 같다. 내 뒷목을 감는 너의 손을 한없이 끌어안고 싶다가도 그 손을 꺾어버리고 싶었다. 너는 어째서 이렇게 익숙한 건데. 나의 치열을 훑는 너의 혀는 분명 좋았지만 금방 떠날 너는 나를 달아오르게만 할 뿐 만족 시키지는 못했다. 너는 항상 그랬다. 꿈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지금의 너는 금방이라도 나를 밀치고 달아나버릴 것만 같았다. 너의 머리를 끌어안고 멀어지려는 듯한 너의 혀를 감아보지만 너는 내게서 멀어진다. 가느다란 은사가 늘어졌다 끊어졌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시간의 틈을 손으로 메워보지만 그 틈새로 빠져나와 버린다. 아, 정말 최악이다.
"가지 마요. 그냥 옆에 있어요"
내뱉는 목소리가 몽롱하다. 울음기가 가득하다. 네가 가버리면 그대로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너를 붙잡은 손을 슬쩍 바라보지만 너는 손을 빼거나 놓지 않았다. 조용한 화장실에 귀를 기울여보면 그 뒤로 시끄러운 소음이 들린다. 왁자지껄 떠드는 밖과 달리 조용한 화장실은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꿈같은 그런 상태.
너는 종종 내 꿈속에 나왔다. 사실을 말하자면 네가 태권도를 하는 것을 본 이후로 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 꿈속에 나왔다. 네가 나온 꿈들은 거의 비슷했다. 우리 둘은 검은 꽃밭에 있었고 너는 흰옷을 입고 있었으며 하늘은 하양에 가까운 하늘이었다.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었지만 지나치게 잘 어울려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아, 꿈이구나 하고 자각하는 정도였다. 꿈속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했었다. 처음 꿈은 검은 꽃에 둘러싸인 꿈이었다. 검은 꽃들 사이에 흰 꽃 한 송이가 고고히 피어있다. 흰 꽃 위로 흰 나비가 날아온다. 그 나비는 내 주위를 몇 번 날더니 너로 변한다. 너로 변한 나비는 웃는다. 다음 주, 나비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네가 있었을 뿐이다. 흰 꽃 대신에 네가 서 있었다. 너에게 느리게 다가가 포옹을 하였다. 맞닿은 체온이 따듯했다. 그 다음주가 되자 나는 이것이 완전한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추악해졌다. 원래 인간의 본성이란 이리도 추악한 것인가.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너는 저항조차 않았다.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그게 문득 서글퍼 나는 너를 부여잡고 울었다. 마치 일어 날일 없다는 것처럼. 그것은 너였으나 네가 아녔다. 그러나 나는 네가 필요했다. 웃고 있는 너를 부여잡고 그 다음주에는 키스를, 그 다음 주에는 너에게 펠라치오를 시켰고 그 다음주에는 애무를. 그리고 최근에는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탐했다. 검은 꽃밭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흰 비단을 손으로 슬쩍 내리자 부드럽게 풀려 내렸다. 우리 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고 서로의 몸을 탐했다. 꿈속에서 우리는 짐승같이 신음을 내며 서로의 몸을 붙잡고 흰 애액들을 내뿜었다. 주변에 있는 검은 꽃들은 정액으로 물들어 하얗게 변하였다. 너는 하얗게, 주변에 나 있는 꽃처럼 물들어갔다.
말없이 시선이 얽힌다. 뜨거운 시선은 아래로, 조금 무심한 시선은 위로 얽힌다. 그 안에는 참 많은 게 들어있다. 우리는 이걸 알고 있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무겁고 우리 주변에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너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다 이내 고개를 숙여버렸다. 갈색의 머리통을 쓰다듬자 너는 고슴도치를 찌른 듯 몸을 힘껏 웅크러뜨렸다. 우리 꽤 많은 것을 했잖아요. 물론 꿈이지만. 이대로 키스로 끝내기에는 아쉬워요. 우리 앞으로 영영 못 볼 것 같은데. 작게 중얼거림에 가까워 네가 못 들었을 확률이 높았지만 상관없었다. 단지 맞잡은 손이 따뜻해 놓기가 싫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이상야릇했던 공기를 한순간에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기 충분했다. 첫째, 우리 둘 사이에는 몇 초 간ㅡ사실 여태껏 계속 정적이었다ㅡ 정적이 흘렀고 둘째, 느리게 가던 시간은 늘인 고무줄을 놓든 급격히 빠르게 지나갔고 셋째, 너는 허둥지둥거리다 나를 쳐다보고는 나의 손을 이끌었다. 힘을 주지 않았기에 몸은 쉽게 끌려갔다. 당황한 너의 얼굴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당혹이 서려 있는 것도, 멍하게 풀려있던 눈이 어찌할 줄 모르고 흔들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손이 떨리는 것도 모두 사랑스러웠다.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집어삼켰다. 너와 있으면 사디스트가 되는 것만 같다. 너는 내 가학심을 들끓게 한다. 우리는 화장실 빈칸으로 들어갔다. 닫혀가는 문틈으로 스쳐 가는 교복을 언뜻 보니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네가 나의 손을 이끌어 빈칸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왜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 손을 놓고 화장실을 나가면 될 터인데 너는 그러지 않았다. 분명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화장실 1칸은 소년과 성인 그 모호한 경계의 서 있는 너와 내가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작았다. 밀착된 공기는 뜨거웠다. 그때 깨달았다. 뜨거워진 건 너도 이 공기도 아닌 나였다.
"아직 자각하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저 방금 선배한테 고백했습니다. 지금 이 행동, 유혹이라고 받아들여도 됩니까?"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가슴팍에 닿는 머리카락을 가만히 매만졌다. 늘 꿈에서만 만지던 머리를 직접 쓰다듬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러웠다. 머리를 매만지던 손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와 와이셔츠를 맴돌았다. 자켓은 변기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 허리를 숙여 떨어진 자켓을 주어 들고는 행거에 걸어 놓았다. 콧가로 너의 냄새가 풍겨온다. 향수 냄새와는 다른 향기였다. 샴푸 냄새인가 아니면 본래 너의 냄새 인건가. 그 무엇이든 분명한 건 그 냄새가 날 취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화장실 바닥만 보고 있는 너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변기에 앉혔다.
"변기에 앉으세요. 네. 그렇게"
"뭐하려고"
"저희는 지금부터 섹스를 할거에요. 그게 뭔지는 아시죠"
그는 내가 못 알들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또박또박하게 말해왔다. 섹스를 한다. 섹스. 나는 그 단어를 입안에 가둬 넣고는 한참을 곱삼켰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자 단맛이 풍겨왔다. 그는 집게손가락과 검지를 맞대 원을 만들고는 만들어진 원을 반대쪽 손가락을 넣다 뺐다를 반복했다. 나는 다시 얼굴을 숙이고야 말았다. 적나라한 손짓에 찌걱이는 소음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붉은 선이 생긴 손목을 바라본다.
"야동은 본 적 있죠?"
고개를 저을까 끄덕일까 고민하다 그냥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야동을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고 물으면 있다, 라는 쪽의 속했다. 그렇지만 주기적으로 본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야동을 본 것은 손에 꼽히며 그 처음도 반강제적으로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날은 겨울방학이 몇 주 남은 날이었다. 시험이 끝난 아이들은 영화나 만화 같은 것들을 틀고는 했는데 질나쁜 농담ㅡ이를 테면 보지마,자지마 같은 시답잖은 말장난ㅡ을 쉴 새 없이 떠들던 남자아이들이 선생님 몰래 야동을 틀어버린 것이었다. 남녀합반이던 반은 여자아이들의 질타와 남자아이들의 환호성으로 뒤섞였다. 간간히 미친놈이라는 웃음 섞인 소리도 흘러나왔다. 몇 분이 지나자 금세 교실은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잠깐의 일탈에 빠져들었다. 어둑한 교실 속 스크린 속 여자는 벌거벗고 신음소리를 낸다.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도 애액을 뿜어내는 그녀의 성기도 모두 이질적이었다. 교과서는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냥 관계를 맺으면 수정이 된다든지 그런걸 알려줄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성기를 박는다. 질척. 질척. 질척. 두손을 들어 귀를 막아보지만 틈새를 비집고 신음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밀려오는 구토감에 교실을 나갈까 하다 엎드렸다. 시선을 돌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귓가로는 여전히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아도 아까의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돌아오고 나서야 남자애들은 틀었던 야동을 정지시키고는 이내 창을 닫았다. 여자의 성기 사이로 남자의 정액이 흘러내린다. 혀를 차던 선생님은 이내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틀었다. 잔잔한 사랑 영화였다. 아까의 영상과 무척이나 달라 낯설었다. 분명 내가 줄곧 봐오던 것들은 이런 사랑이었는데. 왜 아까의 영상이 더 익숙한지. 스크린에 비추는 영화는 이제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에게 키스를 한다. 그게 문득 겹쳐 보였다. 이들도 그렇게 할까. 나는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영화가 끝날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발기한 성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다시 수업 종이 울린다. 손을 들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순간에 나에게로 모였다가 사그라진다. 나는 보건실을 간다는 핑계로 교실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는 발기된 성기를 감싸고는 위 아래로 움직였다. 여자에게 사정하는 남자. 교성을 지르던 여자. 정액이 이리저리 떨어진다. 떨어진 정액은 변기 커버에 묻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흥분이 가셔 죄책감이 들었다. 휴지로 수십번을 닦았다. 서툴렀던 흥분. 그게 내 첫 사정이었고 첫 자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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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적으로 좋아하는 소재여서 정신없이 쓰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ㅋㅋㅋㅋㅋ
첫몽정,첫자위,첫섹스 좋지 않습니까?헤헿
좀 짧은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뀽..
다음에는 꼭 씬을...!